‘25년 마지막과 ‘26년 첫 몇 일은 휴가로 집에서 쉴 수 있었다. 당시 Claude Code와 Opus 4.5 모델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간증기가 곳곳에서 올라오던 때였다.

‘22년 하반기와 ‘23년 상반기 나는 MATLAB 코드를 C++/Python 기반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23년 하반기는 연구원을 위한 웹 서비스 개념 증명(PoC) 작업을 진행하고, 그해 연말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2주간 휴가를 보냈다. 휴가 동안 선형 대수 알고리즘을 구현과 ChatGPT로 난리난 LLM API의 function calling을 연습했다. 당시 작은 규모의 OLAP에 관심이 많아서 DuckDB, Polars, Dask를 비교하고 간단한 글을 이곳에 남겼다.

2024년 초부터 GitHub Copilot 구독을 시작했다. 나는 이 서비스가 수치 해석 프로그래밍에는 별 도움이 안되고 (얼마나 오만한가!), frontend 개발에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Frontend는 정형화된 구현이 많고, 화면 설계가 명확하다면 구현은 많은 부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Cursor도 많이 쓰던데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었다.

2024년에도 연말에 휴가를 길게 쓰고, ‘25년에는 5월에 휴가를 썼다. 두 번의 휴가 모두 딥러닝 모델을 배워보겠다고 깨짝댔는데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22년, ‘23년의 휴가는 그래도 꽤나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좀 아쉬웠다. ChatGPT 출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으니 뭔가 해야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뭘 해야할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NVIDIA의 CUDA가 정말 강력한 해자일까? OpenAI와 Anthropic은 저러다 망하지 않을까?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계속 될까? 생각하는 사이에 한 푼도 못 벌었다. 오히려 써보겠다고 구독료만 잔뜩 냈다. 회사에서는 Google ADK를 활용하여 간단한 앱을 작성해봤다. 집에서는 Claude Code가 출시되었다고해서 한 번 써봤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아니, 매번 놀라웠는데, 내 삶을 바꿀 정도일지는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25년 연말이 되었다. 이때 Claude Code를 다시 사용해봤다. 왜 그렇게 바이럴이 되었는지 알겠더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코딩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Claude Code를 사용하다가 토큰 가뭄으로 Codex로 옮겨왔다.

나의 일 년을 모두 투자한 MATLAB 코드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지금한다면 얼마나 빨리 할 수 있을까. 당시 마이그레이션 목표는 명확했다. 기존 코드와 비트 수준에서 동일한 결과를 얻을 것. 지금은 그냥 /goal만 활용해도 수 일 내 끝냈을 것 같다. 원하는 만큼 다 할 수 없었던 문서 작업까지 포함해서. 반대로 frontend는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도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내가 frontend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어려웠다.

내 이력서는 이렇게 바뀌어야할 것 같다. “AI 코딩 에이전트를 써서 몇 일만에 할 일을 일 년 동안 고생해서 했습니다”.